C3는 전세계에서 그 품격과 품질을 인정받고있는 탑클라스의 프레미엄 잡지입니다. 한국 건축잡지로는 유일하게 뉴욕, 런던, 파리, 도쿄 등을 비롯해 전세계 글로벌 도시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다렌 대학과 라이센스 계약을 맺어 중국어판이 배포되고 있습니다. 2001년부터 판매가 시작된 중국어판은 중국 전역과 대만 홍콩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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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3 스페셜_Remember in Architecture
기억과 건축
사연의 시간과 장소, 그리고 그 기억의 갈래 _ 올가 세즈녜바
기념물이 정녕 ‘어느 개인이나 사건을 기억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각이나 구조물’만을 뜻한다면 분명 곤경에 처할 사람 이 있을 것이다. 미국 남북 전쟁에서 남군의 총사령관이었던 로버트 리 장군의 이름에 한 여성의 죽음이 꼬리표처럼 따라붙게 되었다. 2017년 여름,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는 로버트 리 장군의 동상 철거문제를 두고 백인우월주의자 폭력 집회와 이에 맞서는 반대 집회가 열렸고, 헤더 헤이어라는 한 여성이 목숨을 잃었다. 백인우월주의자가 몰던 차량에 의한 사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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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 박물관 앞 루스벨트 대통 령 기마상, 뉴욕 5번가와 103가에 세워진 산부인과 의사 J.마리온 심스의 조각상, 센트럴파크 남서쪽 구석에 서 있던 콜럼버스 기념비까지도 모두 철거 위기에 놓였다. 루스벨트는 우생학을 옹호한 대통령으로, J.마리온 심즈는 흑인 여성 노예를 마취 없이 부인과 실험에 이용한 의사로, 콜럼버스는 토착민을 전멸시킨 탐험가였기 때문이다. 역사는 바꿀 수 없다. 그러나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은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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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억하나, 어떻게 기억하나 _ 디에고 떼르나
형체 없이 갈 곳 잃은 지난날들의 기억을 담은 공간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으며, 살아 있지만 살아 있지 않다. 누군가 기억을 찾아와 잠시 머물거나, 심지어 이어 살게 되면서 과거와 현재가 맞닿고 비로소 존재의 의미를 얻는다.
개인이 경험한 과거를 공간으로 되살리는 작업으로, 우리는 미래를 슬쩍 엿보며 예측하기도 한다. 영화 ‘메멘토’의 등장인물처럼 매 순간 발견을 위해 나아가는 아득한 여정인 동시에, 알도 로시의 작업처럼 생애를 흐르는 상징적 성격을 띠기도 하며,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의 작품처럼 기존 상황에 좌우되기도 한다. 자신의 기억 세계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특정한 형태도 매뉴얼도 없다. 오로지 과거만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재료가 된다.
이번 특집에서는 과거의 기억을 주제로 삼은 건축물들을 살펴본다. 과거에 얽매이고 머무르기보다, 기억으로부터 원동력을 얻어 혁신적 미래를 보여주는 프로젝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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