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들의 도시
죽은 자들의 도시_더글라스 머피
알도 로시는 산 카탈도 공동묘지의 디자인 설명에서 ‘망자를 위한 사물, 대상, 건물 또한 살아 있는 사람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깨달음이 중심 개념’이라고 말했다. 알도 로시는 개인의 기억뿐 아니라 망자가 속한 집단의 문화적 기억까지도 담을 수 있는 망자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독자적인 길을 모색한 건축가다. 알도 로시는 이 길을 건축 역사에 나오는 다양한 유형과 주제들에서 찾았는데,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고 추상화시켜 역사적 건축물의 원형을 찾는 알레고리적 해석을 이용했다.
죽은 자를 위한 건물을 짓는 것은 매력적인 도전이다. 기능은 단순하지만 섬세한 감정과 지식을 활용해 방문자들이 일상에서 느낄 수 없는 특별한 감정을 우러나게 하려면 그야말로 건축예술의 가장 순수한 형태여야 하지 않을까. 이 의문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건축가와 건축을 이야기한다.
흙집의 조건
흙집의 조건_알리슨 킬링
건축의 긴 역사를 찬찬히 들여다 보면 흙으로 일궈낸 놀라운 결과물들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중국의 만리장성이나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이 바로 그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근래 들어서는 신기술과 신공법, 혹은 신자재에 비해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활용 범위가 눈에 띄게 줄어 든 실정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최신 기술을 적용하기 어려운 오지에서나 쓸법한 재료라는 편견도 이러한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 장에서는 총 다섯 개의 흙 건축물을 소개한다. 각 사례는 흙이 현대 건축에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며, 앞서 언급한 오해들이 얼마나 편협한 생각이었는지 꼬집는다. 어떤 재료보다도 흔하지만, 그 어떤 재료 못지않게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현대적인 아름다움까지도 표현해 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사례들을 발판 삼아 한층 넓어진 흙의 활용을 기대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