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밖의 집
휴식과 여가를 위한 새로운 주거 _ 더글라스 머피
지난 5월, 제15회 베니스 국제 건축 비엔날레의 막이 올랐다. 총감독인 알레한드로 아라베냐는 ‘전선에서 알리다’라는 주제를 내걸고 건축의 윤리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그중에서도 특히 초점을 맞춘 부분은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화두인 ‘주거’이다. 오늘날 주택 시장의 붕괴는 비단 어느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며, 삶의 터전을 잃고 떠도는 난민 문제도 범국가적 관심이 필요한 사안이다. 올해 건축전은 바로 이러한 상황들에 주목하여 미래의 주거와 건축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보기를 권한다.
인류는 유사 이래 언제나 거주의 의미를 탐구해왔고 그 의미가 변함에 따라 건축도 진화를 거듭했다. 그러나 한 가지 변치 않는 사실은 ‘거주’란 본질적으로 머무름의 개념과 한 장소를 점유하는 행위를 내포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주거의 고정성에서 탈피하고자 했던 시도는 많았다. 다만 집이라는 건축 유형은 사회, 정치, 경제 등 상당히 여러 분야의 영향을 받는 대상인 탓에 쉽사리 변화를 수용할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모든 것에는 반대급부가 존재한다. 주거건축 역시 마찬가지다. 기나긴 건축의 역사 속에는 늘 임시적 주거에 대한 관심이 자리하고 있었으며, 생활방식이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오늘날에는 더욱 많은 이들이 이러한 유형에 주목한다. 늘 같은 일상의 배경이 아니라 잠시 머무르는 휴식처로서 집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호텔, 별장, 주말 주택 등 이 장에서 소개할 다양한 유형의 거처를 통해 시대에 따라 주거건축이 어떻게 바뀌어가는 지를 함께 살펴보자.
생각하는 집
무덤에서 예배당까지 _ 더글라스 머피
비용과 효율성은 건축의 성패를 가르는 두 개의 주축으로 자리매김 해 왔다. 비용이 적게 드는 시공법, 효율적 동선의 공간구성을 최고로 여기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기나긴 건축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다른 한편에는 언제나 비용과 효율성과는 거리가 먼 건축물들이 존재했다. 일상에서 벗어난, 즉 인간의 영혼을 다루는 건축물들이다.
건물의 크기와 형태, 공간구성과 동선, 구조와 배치에 이르는 건축의 모든 요소 속에는 인간의 문화와 가치가 반영되어 있다. 그리고 건축가는 이러한 요소들을 활용해 우리의 오감을 자극함으로써 일상과는 한 발짝 떨어진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내곤 한다.
이 장에서는 총 네 개의 건물을 소개한다. 이 건물들은 모두 명상, 혹은 영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각기 다른 전략들을 사용하고 있다. 규모도 작고 디자인도 상당히 현대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네 개의 사례는 모두 자연이라는 요소를 이용해 시간을 넘어선 영혼을 위한 공간들을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