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을 잇다
풍경과 하나되기 _ 알도 바니니
20세기 물리학과 철학, 그리고 예술은 현실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안했다. 오랜 시간 법칙처럼 여겨지던 몇 가지 체계들은 완전히 전복됐다. 시간과 공간, 내부와 외부, 관찰자와 관찰 대상 사이의 관계가 그렇다. 즉, 이전까지는 ‘안’과 ‘밖’이 다르다는 사실에 어떠한 반박도 할 수 없었지만 더는 아니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혁신적인 개념의 변화는 인간의 건축을 특징짓는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 그리고 풍경 그 자체는 모두 통합을 위한 과정에서 형성된다. 그러나 풍경은 배우와 관객의 역할 구분이 모호한 장면으로 변했다. 또한, 인간이 지속가능성을 새롭게 인식한 후로 새로운 재료, 형태와 기호에 대한 새로운 표현법은 훌륭한 유용성을 갖추게 되었다.
이 글에서 소개할 작업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풍경과의 통합을 이뤄낸다. 때로는 자연을 모방하고, 때로는 새로운 무대를 만들기도 하며, 또 어떤 때에는 비유를 통해 기존 상태를 환기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그 방식이 무엇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통합을 통해 건물과 주변 환경 사이에 새롭고도 미묘한 관계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만은 틀림없기 때문이다.
대지에 깃들이다
땅을 파고들다 _ 알리슨 킬링
땅 아래 지은 건물은 매우 특별하다. 밖으로 형태를 드러내려는 의도가 전혀 없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요즘같이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높은 밀도의 도심 내 위로만 솟구치는 위태로운 건물들, 그 틈에 땅속에 파고든 건물은 마치 아이가 엄마 품에 안긴 듯 안정적이다. 위로 올라서는 것을 포기함으로써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받는 아늑한 공간을 향유한다.
땅속에 안겨 들어간 공간은 외부 시선으로부터 자유롭다. 반면, 채광과 환기의 문제, 드러낼 부분과 숨길 부분을 결정하는 문제, 그리고 건물과 외부 사이의 적절한 관계를 형성하는 문제는 미결의 과제로 남아있다.
건물이 땅에 안겨 들어가기 전, 터에 새겨진 무늬를 기억해볼 필요가 있다. 멋진 풍경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땅에만 살아있는 고유의 장소성 혹은 땅의 분위기를 이어 나가기 위해서다.
엑시트 아키텍츠
출구로 들어가기 _ 호르헤 알베르또 메히야 에르난데스
근대건축이 새로운 사상이자 일종의 문화 운동으로 여겨지자,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유해성이 드러났다. 근대건축을 대변하는 단순함이라는 특성은 도시의 재편이나 슬럼가의 재개발 작업 등과 연계되어, 거대한 파괴력을 상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자체가 건축 양식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과거의 부정적인 이미지는 벗어버리고 현대 도시의 복잡함을 다루는 제법 유용한 수단이 된 것이다.
엑시트의 작업에는 근대건축의 핵심적인 특징들이 반영된 듯하다. 자신들의 작업을 보다 많은 대중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미디어를 이용한다. 사무실의 운영 방식도 매우 유연하다. 언제, 어떤 사안인가에 따라 개인적으로 일하는 경우도 있고, 팀을 꾸려 일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에게는 변화가 결코 낯설지 않다는 증거이다.
건축적인 표현으로 좀 더 정확하게 설명해보자. 그들의 작업은 형태적인 실험에서, 구성과 기술, 양쪽 모두를 정교하고 깊이 있게 연구하는 과정으로 옮겨간 듯 하다.
출발은 주택 리노베이션이나 인테리어와 같은 작은 작업이었지만, 각종 공모전에 참여하고 몇몇 작업을 성공적으로 현실화시키면서 이들은 자신만의 색깔을 뚜렷하게 해왔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 온 그들의 색깔은 세련미와 우아함으로 함축된다. 최근, 스페인에서 이뤄진 작업에서도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